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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2009_독일

독일 하이델베르크 여행 .. #1 우여곡절, 하이델베르크 도착!

# 하이델베르크 도착


열차 시각에 맞춰 다시 역으로 돌아가서 하이델베르크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밤 8시쯤 도착했다. 하이델베르크는 굉장히 구질구질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왜냐하면..역에서 빠져나와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이내 거세지더니 '두다다다다'하며 장대비를 쏟아냈기 때문. 완전 어두컴컴 음침하고 천둥번개치는 대단한 환영식



아무튼 벨기에에서 잃어버린 나의 방향감각 덕분에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기는 했는데 반대방향으로 종점까지 가고, 다시 종점에서 반대편 정류소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또 이상한 곳에 내리고..여하튼 이렇게 헤매다가 밤 10시가 되어서야 숙소 근처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주변이 온통 캄캄해서 정류장 바로 옆에 있는 입구를 놔두고 저~멀리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는..



여기서 잠깐 민박집과 유스호스텔을 비교해보자. 우선 민박집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고 한국인이 모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대신 시내와 멀리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고 시설이 좋지 않은 곳도 있다. 밤 늦게 들어오기 눈치 보인다. 



반면, 유스호스텔은 한국 음식도 안주고-_-;; 스텝도 손님도 죄다 양인들이라 영어를 못하면 의사소통이 잘 안돼서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내와 가까운 곳이 대부분이고 전문 관리인들이 관리해서 시설이 깨끗하고 좋고, 전 세계에서 오는 외국인들 많아서 영어만 되면 재미있게 지낼 수 있다. 뭐, 이건 내가 여행하면서 느낀 것이고 모든 건 case by case니까 각자 알아서 판단하자.



아무튼 로비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체크인 수속을 밟았다. 사실 호스텔은 민박집처럼 확실히 게시판에 예약 글을 남기고 답글을 받는게 아니라 호스텔 사이트에서 예약하고 찾아가는 거라 '정말 예약이 되긴 된걸까?' 하고 반신반의하면서 갔는데, 혹시나 해서 호스텔 사이트에서 예약한거 프린트 해가고 난리 부르스를 쳤는데 그냥 숙박일과 이름만 말하니까 알아서 다 예약이 되어 있더라. 오 편한세상. 


방 배정을 받고 3층 방으로 들어가는데 이미 누군가가 있는 것이었다!! 오오..나의 첫 외국인 방 손님!! 하면서 쳐다봤는데, 바닥에 있던 자기 물건을 줍고 서서히 고개를 올리는 그 양인은 다름아닌..여자!! ‘어라, 여기는 남녀 도미토리가 따로 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나도 당황했고 그 여자도 당황했다. 주최측의 작은 배려….(쿨럭) 실수였다. 그래서 같이 카운터로 가서 얘기를 했다. 그 여자는 독일에서 왔는지 카운터에 있는 점원과 유창하게 독일어로 얘기를 하는데 옆에 있는 나는 뭔소린지-_-;;


일이 잘 해결돼서 나는 2층에 있는 방에 배정받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다가 말을 걸어봤다. ‘어디서 왔삼?’ ‘독일에서 왔음. 하이델베르크에는 4개월간 공부했었는데 관광차 다시 왔음’ 영어를 잘 못하는지 조금 어눌하고 더듬거리는 말투로 대답해주었다.


다시 배정받은 2층 방으로 가보니 시설 완전 깨끗했다!!!!!!! 여행 중 마주친 모든 호스텔 중 거의 1~2위를 다투는 정도의 시설!! 게다가 아무도 없어서 넓은 6인실을 나 혼자 쓸 수 있었다!!!! 라고 착각했다. 다시 보니 한쪽 침대에 가지런히 양말 몇 개가 놓여져 있고 바닥에는 정체모를 슬리퍼가 널부러져 있었다. 쩝.


아무튼..목이 말라서 음료수 뽑아 마시려고 로비에 내려가서 음료수 자판기에 다다르니 ‘1.5유로 내놔’라며 자판기가 쏘아붙인다. 스프라이트를 마시려고 1.5유로를 투입하니 콰광!!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뭔가가 떨어지긴 했는데, 꺼내보니 내 팔뚝만한 크기의 스프라이트 (유리)병인지라 깜짝 놀랐다. 쾰른성당에서와는 조금 다른 거대함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전체적으로 호스텔에 사람이 없었다.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비수기라 그런건지는 몰라도 나한텐 좋았지 뭐. 넓고 깨끗한 시설을 마치 혼자 쓰는 것 같아서. 아무튼 새벽에 찾아온 내 방 손님을 제외하면 첫 날 밤은 굉장히 조용하고 편안히 잠들었다. 다음 날이 문제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