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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2009_독일

독일 하이델베르크 여행 .. #3 철학을 묻고 고도를 걷다, "철학자의 길"

성을 내려와서는 철학자의 길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시내에서 철학자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네카강을 건너야 했다. 네카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그 유명한 칼 테오도르 다리이고 나머지 하나는 알 수 없는 듣보 다리다. 처음에는 테오도르 다리를 건너갔다. 



하이델 베르크의 평범한? 거리..평범하지만 굉장히 멋스럽다.



큰 길 외에도..작은 골목 골목 들어가면 아기자기하고 보석같이 이쁜 공간과 마주친다.



안타깝게도 날씨가 조금 흐리고, 잠깐 비가 내리기도..



테오도르 다리를 아래에서 본 모습..거대하지는 않지만 뭔가 웅장함이 느껴진다.



시내에서 올려다 본 프라하성의 모습..많이 낡았다. 공사도 진행중이고



시내와 어우러진 성의 모습..



나중에 프라하에 도착하고 느낀 건데 하이델베르크의 네카강 풍경과 프라하의 볼타비타강의 풍경은 너무나도 비슷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하이델베르크의 느낌이 더 좋았다. 아무튼 네카강 강가 벤치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조금 쉬고 칼 테오도르 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갔다. 



하이델베르크 성..하이델베르크 시내..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네카강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하이델베르크..너무나 맘에 들었다..



해가 저무는 모습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건 기분탓



사실 이 때는 가이드 북을 숙소에 두고 온 터라 철학자의 길로 올라가는 정확한 루트를 몰랐다. 그래서 대충 감으로 찾아가려 했다. 그런데 하늘이 흐릿흐릿한 것이 곧 비가 내릴 것 만 같았다. 철학자의 길 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중간에 비가 와서 옷이 젖으면 난감할 것 같아서 그대로 다시 강을 건너서 시내로 돌아가 3유로짜리 우산을 사고 다시 강을 건너기로 했다. 사진에 보이는 게 바로 철학자의 길 입구



강렬한 색의 귀여운 자동차



그런데 중간에 너무나도 예쁜 여자를 발견해서(!!) 그 여자 뒤를 쫓아가보다가 테오도르 다리가 아니라 이상한 듣보 다리로 강을 건너게 되었고 철학자의 길 입구가 아니라 또 이상한 오르막길로 걸어가게 되었다.



가도가도 철학자의 길 비슷한 건 보이지도 않고 자꾸 산 속으로만 들어가는 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다시 내려갈 수도 없고 일단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좁은 산길은 가파르게 위로 향했고 인적은 드물다 못해 아무도 없고 혼자 계속 걷고 또 걸었다. 중간에 커다란 개와 함께 산을 오르던 어떤 아주머니를 제외하면 30분 올라가면서 한 명도 마주치지 못했다. 



네카강이 둑을 넘어 거세게 흐르는 중



그러다가 중간에 갈림길이 보여서 왼쪽과 오른쪽을 저울질 하던 중 왼쪽으로 갔는데 lucky. 쭉 따라가다 보니 철학자의 길이 나와버렸다. 정말 고생고생 해 가며 찾아서 그런지 거기서 보이는 하이델베르크 풍경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그리고 길 자체도 너무 예뻤다. 산 중턱을 가로로 질러가는 길다란 길인데 산책 코스로도 조깅 코스로도 딱 좋아 보였다. 실제로 20여 분을 걷는 동안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오갔다. 시간이 없어서 끝까지 가보지는 못했지만 꽤나 길게 이어진 길이었다. 



중간 중간 마주친 어여쁜 풍경들



숲속 산책길. 공기가 정말 맑고 고요했다.



철학자에서 내려다 본 칼 다리와 하이델베르크 시내..없던 철학사상도 생길 것만 같다 ㅎ



배려 돋는다. 잠시 앉아서 쉬었다 가며 풍경 즐기라고 의자가



아무튼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나는 철학자의 길을 반대로 타고 올라온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려갈 때에는 철학자의 길 입구 쪽으로 제대로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도 고생이었는데 내려 가는 것도 고생이었다. 이러니 자연스레 철학적인 생각이 떠오를 수 밖에-_-;;



이리로 올라와야 헤매지 않고 바로 철학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올라오는 내내 이런 풍경



아름다운



넝쿨 꽃도 마주친다.



테오도르 다리 위의 거대한 모습



시내에 있는 어느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

유럽 여행 다니면서 실컷 구경했다.



소원과 염원이 담긴 초



누군가의 간절한 바램이 꼭 이루어지길..



철학자의 길을 내려오니 자연스레 배가 고파왔다.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저렴한 학생 식당을 찾아봤지만 시간이 늦어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고, 다른 학생식당을 찾던 중 아주 괜찮은 곳을 발견했다. 저녁 늦게까지 하는 것 같았고 부페식 식당에 g단위로 값을 매겼다. 



학생식당으로 향하는 길..


100g당 1.5 유로기에 굉장히 싸보여서 배고픈 마음에 이것 저것 다 접시에 담았는데, 아뿔싸..가격이 7유로나 나와버렸다. 값싼 학생식당에서 7유로..-_-;; 아무튼 배부르게 먹은건 사실이니까. 아주 무식한 행동이었지만. 



하이델베르크를 떠나는 기차 역..


그리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밤 늦게 돌아가니 숙소에 어제 밤 손님 외에도 두 분이 새로 들어와 있었다. 내가 중간 탁자에 앉아서 일지를 좀 쓰려니까 반갑게 먼저 인사를 해줬다. 나이는 50대 중반이고 미국에서 왔고 도축업을 하다가 은퇴했다고 말했다. 근데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한 후 다짜고짜 오바마에 대해 묻는 거다. -_-;; 정치에 대해 관심 없어진 지 오래였는데. 그래서 간단하게 내 견해를 밝혔지. ‘positive’ 그러더니 한국의 대통령은 어떠냐, 경제상황은 좋더냐 이것 저것 묻는데 참..골치 아팠다-_-;; 그래도 꽤나 유쾌한 아저씨라서 ㅎ


# 하이델베르크 요약

 

이탈리아의 피렌체, 프랑스 니스와 더불어 여행 전부터 굉장히 기대했던 도시였다. 가이드 북에 나온 설명과 사진을 보니 딱 내 취향인 도시였다. 마을이 크지 않고 조용하고, 강이 있고, 산이 있고, 학구적으로 보이고. 굉장히 만족스러운 도시였다. 숙소도 마음에 들고, 아침 식사도 환상적이었고, 철학자의 길도 예뻤고, 학생식당에서의 뻘짓과 버스에서의 챙피함만 아니었으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