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로 향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와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프라하로 가는 열차가 8시 44분에 출발하기 때문이다. 물론, 좀 더 여유로운 시간에 출발하는 열차도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일찍 뮌헨을 뜨고(?) 싶었다.


체코로 가는 열차는 뮌헨 중앙역의 제일 오른편 플랫폼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뮌헨에 도착하는 날에도 날씨가 흐렸는데 떠나는 이날도 날씨가 흐렸다. 아마도 흐린 날씨 탓에 뮌헨의 이미지가 더 안좋았는지도 모른다. 뮌헨에서 프라하까지는 기차로 6시간이나 걸린다. 열차 안에서 배고파질지도 모를 것 같아서 플랫폼 옆에 있는 작은 식료품점에서 정체불명의 감자과자랑 M&M을 샀다. 이후 M&M은 유럽 여행 내내 나의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구시가지 광장에서의 흥겨운 한 때


한국에서 [뮌헨-프라하] 구간을 준비할 때 걱정이 되었던 것은 체코에서 유레일 패스가 통용 되는지 여부였다. 작년까지는 안돼서 체코 국경까지 가서 다시 프라하로 가는 표를 사야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체코도 유레일 패스가 통용 되어서 별도의 추가 예약이나 환승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다. 



뮌헨 중앙역을 출발한 지 3시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열차가 멈췄다. 꽤나 오랜 시간 멈춰 있어서 승객들이 모두 영문을 몰라 불안해 할 즘 역무원이 열차를 돌면서 다짜고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면서 승객들을 열차에서 내리게 했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 바로 이런걸까. 넋이 나간 채로 열차에서 내렸는데 다른 승객들 역시 나같은 표정이었다. 역 밖으로 나오니 버스가 10여 대 주차되어 있었고 그 중 하나에 올라탔다. 버스는 어디론가 계속 달렸고 사람들 표정에서는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 30~40분 정도를 계속 달렸을까, 버스는 정차했고 아까 그 역무원이 다시 나타나서 승객들을 내리게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다시 어떤 역이 보였다. 그 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열차를 탔다. 나중에 알아보니 선로가 빗물에 유실돼서 취한 조취였다고 했다. 유럽 40일 내내 수없이 많이 열차를 타봤지만 말썽을 부린 건 이게 유일했던 것 같다. 


# 숙소 도착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해서 숙소로 전화를 걸어서 위치를 여쭸다. 민박집 사장님 목소리는 꽤나 경쾌했다. 설명해주신 대로 역에서 트램을 타고 숙소 근처에서 내렸다. 다른 도시의 민박집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는데 이곳은 거론할 필요가 있다. 40일 동안 머문 숙소 중 최고로 좋았기 때문이다. 위치를 제외하면 시설, 깨끗함, 서비스, 취사, 세탁 등 모든 면에서 최고였다. 프라하 삼삼오오 민박집이다. 



입구에서부터 뭔가 다른게 느껴지지 않는가!


원래 일반 주택에서 민박을 시작하셨는데 이번에 아예 콘도로 옮기셔서 방 몇 개를 구입하시고 본격적으로 민박사업을 하신다고 했다. 바로 옆에 커다란 식료품점도 있고 주택가로 무척 조용했다.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10분 정도 트램을 타면 바로 시내 중심지에 접근 가능했다. 특히 오픈한 지 이틀이 채 되지 않아서 모든 시설이 다 깨끗했다. 



호텔수준의 민박집 시설



방 안에 부엌시설이 있어서 취사가 가능했다



깔끔했던 욕실과 드럼세탁기


  

민박집 시설에 휘둥그레져서 정신이 팔리고 있었는데 아저씨께서 테이블에 잠깐 앉으라고 하시더니 1시간 정도 프라하 관광에 대해 브리핑을 해주신다. 여느 가이드 못지 않은 전문성과 유머러스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덕분에 한국시간으로 내 생일도 지나가버렸다는 거..-_-;;



사장님께서 손수 손으로 첨삭(?)해주신 프라하 관광지도. 맨 아래 중앙이 숙소의 위치

 

아저씨의 설명을 다 듣고 거리로 나섰다. 이제는 여행10일 차라 슬슬 중수의 레벨에 근접했고, 아저씨로부터 프라하의 관광 요소가 다 표시된 지도를 득템하고 나니 무서울 게 없었다. 아마 이 때 이후로 관광지에 도착하면 지도부터 챙겼던 것 같다. 프라하에서 아저씨로부터 받은 맵에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일단 취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밤에 뭔가를 해먹을 식자재를 구입하러 콘도 옆 식료품가게 들렀다.

 


프라하 트램 티켓. 펀칭은 스스로


규모가 작아 보여서 일단 그 곳에서는 트램 티켓만 구입하기로 하고 시내에도 익숙해질 겸 TESCO로 향했다. 역시 첫 날엔 별 계획 없이 도시와 친해지기!! 익히 들었다시피 프라하의 물가는 여타 서유럽 도시의 물가에 비해 훨씬 쌌다. 하지만 유로 통화에 뛰어들기 위해 서서히 물가를 올리는 중이라고 하니 좋은 시절도 다 지나가는 듯.



 하지만 물가가 싸다고 마트 같은 곳에 가서 이것저것 다 주워담으면 계산대 앞에서 깜짝 놀라게 될거다. 내가그랬으니까. 바츨라프 광장 근처에 있는 TESCO에 가서 먹음직스런 음식들을 (싼 가격에 그만)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350KC이나 나오는 바람에 계산대 앞에서 식겁했다. 계산을 마친 후 숙소로 바로 돌아왔다. 6시간 동안 기차와 버스를 타고 오느라 피곤이 쌓이기도 했고, 빨리 숙소를 이용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는 것!!


# My 26th Birthday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부터 기대했었다. 외국에서 맞이하는 생일..원래 일정상 뮌헨에서 생일을 맞이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일정을 앞당긴 덕분에 프라하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비록 한국시간 내 생일은 아저씨의 설명 때문에 지나쳤지만 프라하 현지시간 내 생일은 조용히 음미(?) 하며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민박집 식구께서 조촐하지만 최선을 다한 생일상(-_-?)을 차려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아까 마트에서 샀던 작은 조각케잌과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뭐, 맛은 별맛같았다. 병맛이 아니라 별맛..흣.


생일상을 치우고 23시 55분 쯤 혼자 베란다에 나와서 조용히 내 생일을 맞이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만약 뮌헨에서 내 생일을 맞았다면 굉장히 우울했을거다. 6명 바글바글한 방 안 침대에 누워 우중충하게 보냈거나 어둡고 비내리는 뮌헨 시내를 배회하면서 생일을 맞이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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