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럽여행/2009_벨기에/네덜란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여행 .. #3 벼룩시장, 문트광장 외

# 벼룩시장 구경


꽃 구경을 마치고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첫 날 구입한 15회 권을 다 쓰는 바람에 한 장 더 사고 문트 광장으로 갔다. 그 곳에서 가이드 북에 나온 'Vleminckx'라는 유명한 감자튀김집을 찾아서 먹었는데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사람들도 길게 줄을 서고 있었고, 감자튀김을 손에 든 채 골목길을 빠져나가는데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감자튀김의 맛을 즐기기에 몰두했다.



문트광장에서 다시 레이첼 광장까지 터벅 터벅 걸어다녔다. 중간 중간에 벤치에 앉아서 쉬면서 이쁘고 잘생긴 네덜란드 사람들도 구경했고, 레이첼 광장에서 첫 날 즐겼던 Wok to Walk에 다시 가서 제대로 맛을 즐겼다. 처음 갔을 때엔 아무 것도 모른 채 먹었는데 둘째 날에는 음료수까지 따로 사들고 가서 제대로 맛을 즐겼다.




쾨켄호프 튤립 공원 못지 않게 흥미로웠던 암스텔담의 꽃시장


사실 유럽 대부분의 음식점들은 물을 우리나라처럼 공짜로 주지 않고 돈을 받고 판다(1~2.5유로 정도). 음료수 값은 더 비싸서 콜라 한 캔에 2~3유로 정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같이 밥먹을 때 물 많이 먹는 사람에겐 유럽의 음식점들은 정말 최악의 환경이다. 그래서 쾌적(?)하게 식사를 하고 싶으면 근처 마트에서 좀 더 싼 가격에 물이나 음료수를 구입해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암스텔담 시민들의 휴식처 폰델공원


아무튼 Wok to Walk에서 맛있게 먹고 기운 내서 또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다가 albert라는 대형 마트에서 또 간식거리를 구입 했고 램브란트 생가 쪽이었나..벼룩시장이 열리길래 거기서 이것 저것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생기넘치는 벼룩시장. 운만 좋으면..레어템 득템 가능+_+

 

유럽의 벼룩시장은 참 재미있다. 천편일률적인 물건들만 파는 기념품 가게에 비해 벼룩시장에 가면 originality로 가득찬 물건들을 구할 수 있어서 좋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신기하고 재미있고 진귀한 물건을 보는 재미와, 그것을 파려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와, 그것을 사려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 선물을 고를 때도 벼룩시장에서 발품만 잘 팔면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 이후 다른 도시에서도 벼룩시장을 보기만 하면 달려가서 이것 저것 구경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보는 재미는 쏠쏠 하였으나 내가 살 만한 물건은 잘 안보여서 그건 좀 아쉬웠다.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 비가 내렸다가도 금방 그치고 또 다시 흐려지고. 문트탑


벼룩시장 구경까지 마치니 저녁 7시가 다 되어 왔다. 유럽은 해가 워낙 늦게 져서(밤 10시쯤) 하루가 굉장히 길다. 그래서 아직도 한창 밝은데 시계를 보면 8시나 9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에 시간 감각이 뒤틀려서 많이 고생했다.

 

예를 들면, 한창 밝아서 지금 가도 가게 문이 열었겠지 싶어서 가보면 가게 문은 닫혀 있고 시간은 밤 8시나 9시..그리고 좌절. 아무튼 하루가 길다는 것은 한정된 시간에 많은 것을 봐야 하는 여행자들에게는 큰 이익이 되지만 단 한가지 면에 있어서 만큼은 안좋게 작용한다. 그것은 바로 야경. 이 얘기는 프라하 편에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한다.



담광장, 분주한 사람들


# 숙소에서..

 

아무튼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마트에서 사온 음식들을 먹으며 그 꼬마와 또 다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어린 나이에 외국에 와서 산다는 것에 대해 물어보고, 네덜란드 어 정확한 발음도 배우고,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비슷해서 음악에 대해서도 얘기 나누고 그랬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 녀석이 참 신기한 게, 사람 말을 듣는걸 잘해서 여행객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할 말이 많겠어, 여행객들. 그래서 꼬마 앉혀 놓고 이러 저러 얘기들 많이 해줬겠지 그리고 꼬마는 나에게 했던 것처럼 잘 경청하고 듣고. 그러니 얼마나 사람들이 좋아했겠어.



담광장 전쟁 위령비와 멋쟁이 할머님..응??


이런 얘기를 그 꼬마에게 해줬더니 자기도 인정한다. 여행 손님들이 하는 얘기 잘 들어주면 좋아한다면서, 친해진다면서. 그런데 그런식으로 친해지고 ‘나중에 연락할게’ 하고 민박집을 떠나고서는 연락 한 사람은 별로 없다면서. 그래서 처음에는 손님들에게 정 많이 줬다가 상처 받고 그랬는데, 요새는 어느 정도 조절을 할 줄 안다고.

 

이 얘기가 참 씁쓸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 연락처를 받았는데 나 또한 지금까지 연락을 안하고 있으니. 조금 더 일반적인 얘기를 하자면, 여행에서 만나서 연락처를 주고 받은 사람들이 꽤 있긴 한데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 건 참 힘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걸로 상대방에 대해 섭섭해 하거나 상처받을 필요도 없다. 각자 사는게 바쁘니 뭐.

 

# 네덜란드 마무리

 

이제 겨우 두 번째 도시였고 민박집 주인 아저씨 말씀대로 아직 여행 초짜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초보적인 잔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하지만 그런 실수들이 나중에 여행 고수로 성장하는 데 많은 밑거름이 되었으니..

 

아무튼 네덜란드에서는 관광을 했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그 도시의 일상을 느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국립 박물관도, 고흐 미술관도, 시립 미술관도, 마담 터소 인형관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다. 대신 여기저기 여유롭게 걸어 다녔고, 쇼핑도 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고, 뭐랄까. 암스텔담에 몸을 푹 담근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때는 몰랐다. 이런 스타일의 여행이 그 후로도 계속 될 거라는걸 ㅋㅋ



암스테르담 역을 떠나며..


벨기에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도시 풍경들이 인상적이었다.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해준 자전거 도로도 기억에 남고. 버스와 트램 등 대중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자동차가 없었던, 그래서 뭔가 깨끗해 보인 시내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맛있게 먹은 웍투웍과 감자튀김도, 그리고 꼬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