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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2009_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빈 여행 .. #3 빈에서 문화를 즐기다, "국립 오페라 극장" 입석표

# 국립오페라극장




돈지오반니 입석표. 우월한 EUR 4.00!!



오후 3시쯤 Standing Area로 갔는데 너무 일찍 간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미 10명 정도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예 자리를 깔고 앉길래 나도 동참. 내 바로 뒤에는 클래식 오덕으로 보이는 한 동양 남자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정말 말 걸어보고 싶었는데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범접 못할 포스에 눌려서. 



입석표는 이렇게 복도에 앉아서 기다린다.

절때 궁상맞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문화를 즐기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이다.

돈이 많지 않아도 이런 훌륭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부러울 뿐



뭔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던 아저씨..아저씨..인가...?



극장 밖에서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5시쯤 되니까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사진 속 두 여자는 줄서다가 알게된 러시아 여인들


2시간 정도 줄 서서 기다리다 보니 뒷사람과 앞사람이 괜히 친숙해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앞에 줄 서 있는 여자 두 명에게 말을 걸어봤다. 둘 다 내 또래였는데 한 명은 경제학도고 한 명은 미술역사학도였다. 러시아에서 왔는데 자동차를 타고 동유럽을 여행중이라고 했다. 자신들 외에도 일행이 몇 명 더 있는데 오페라에 관심이 없어서 안왔다고 했다. 서로 길지 않은 영어로 이것 저것 얘기하려니 힘들었다. 클래식 덕후는 여전히 저 앞쪽에서 범접 못할 포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4시가 되니까 안내원이 극장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안그래도 햇살 쨍쨍 내리쬐는 밖에 앉아서 기다기리 힘들었는데 너무나도 반가운 손짓이었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니 티켓 오피스 바로 앞에서 또 다시 줄을 서야 했다. 그리고 안내원이 복장검사를 실시했는데 짧은 반바지를 입은 여자들은 모조리 강퇴 당했다. 주의하자. 치마는, 괜찮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은 음악의 도시 빈을 대표하는 곳으로

2차 대전때 상흔을 입었다가..시민들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1955년 재건되었다고 한다. 

오오..역시 문화의 힘..문화 시민..


오페라는 처음이었다. 한국에서도 별 관심이 없었는데 먼 이국 땅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 날 상영한 오페라는 ‘돈 지오바니’ 난, 내용도 잘 모른다. 입석표라 공연장 맨 뒤에서 서서 봐야 했지만 4유로라는 착한 가격이 날 진정시켰다. 후훗. 게다가 줄을 잘 선 덕분에 입석 맨 앞줄에서 볼 수 있었다!!클래식 덕후도 같은 줄에 있었고 아까 만난 러시안들은 바로 뒤에 서서 오페라를 감상했다. 



객석이 약 2,200여개..정말 무시무시한 규모다.



복도엔 무언가 알 수 없는 럭셔리함과 문화의 향기가 넘쳐났다.

오..침착하자..침착하자 촌놈 티를 내면 안돼!!



서서히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 오..이 때 굉장히 긴장했다. 나 말고 동양인이 없어!!

없긴 왜 없어!! 아까 본 그 오덕이 있잖아!!!ㅋㅋ



입석이 무대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배우들의 자세한 표정연기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대강극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대사나 노래가 영어가 아니라서 내용 전달에는 좀 애를 먹었는데 난간에 영어로 번역해 주는 LCD창이 있어서 불편한 자세로 무대 보고, LCD보면서 대충 ACT1은 그럭저럭 즐길 수 있었다. 


입석은 표에 따로 좌석표시가 되어있는 게 아니라서 자신의 물건으로 ‘여기 내자리!’ 라고 표시를 해 둬야 한다. 무난하게 손수건으로 난간에 묶어 놓으면 OK. 그리고 소지품이 번거롭고 귀찮다 싶으면 오페라 하우스 1층 짐 보관소에 맡겨놓을 수 있다. For free.



그리고 밤 8시 30분에 공연이 끝났는지 배우들이 잠깐 커튼콜하고 공연장에 불이 들어와서 ‘이제 끝났나? 나가야지’ 했는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 물건을 두고 가길래 뭐지..하다가 눈치채 보니 ACT1이 끝나서 중간 휴식시간인지라..난 그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ACT1만 보고 나갈 뻔 했으니..아이 챙피..



그리고 밤 8시 30분에 공연이 끝났는지 배우들이 잠깐 커튼콜하고 공연장에 불이 들어와서 ‘이제 끝났나? 나가야지’ 했는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이 자기들 물건을 두고 가길래 뭐지..하다가 눈치채 보니 ACT1이 끝나서 중간 휴식시간인지라..난 그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ACT1만 보고 나갈 뻔 했으니..아이 챙피..



커튼콜..



안녕하세요



오..잘생겼다 ㅋㅋ 극장에는 망원경을 지참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마지막 피날레



살짝 찍은 영상    



# 인상깊은 할머님

 

쉬는 시간에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입석 아래에 달린 LCD를 보는 건 너무 불편했고, 바로 앞 좌석에 달린 LCD를 보는게 더 편할 것 같아서 그쪽으로 접근(?) 중이신 어느 할머님께 LCD화면 언어 선택을 영어로 해주시면 안될까요? 하고 여쭸더니 자기 자리가 아니라서 못해주겠다고 거절하셨다. ‘참 깐깐하신 분 같다’ 라고 생각할 즈음 자기 자리에 있는 걸 바꿔줄 테니 그거로 보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계속 되어서 그 분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연세는 85세시고 앉으신 그 좌석을 10년 째 예약 중이며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셨고 빈에서 자랐다고 했다. 무언가 기품있고 고상하면서도 위엄있는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되어 버렸다. 특히 공연 내내 뒤에 서 있는 나를 의식하셔서 행여나 본인이 스크린을 가릴 까봐 조심하시는 눈치였다. 솔직히 할머님 스크린이 잘 안보여서 그냥 ACT2는 대화는 못알아듣고 분위기만 느꼈지만.

 

오페라가 다 끝나고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했다. 그리고 객석에 불이 들어오고 관객들이 하나 둘 빠져나갈 즘 할머님께서 내게 행운을 빌어주셨다. 좌석층으로 내려가서 정식으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장내가 워낙 혼란스러워서 그러지 못했다. 행여나 오페라 극장 밖에서 뵐 수 있을까 싶어서 5분 정도(-_-;;)기다려 봤는데 나오지 않으셔서 그냥 숙소로 걸어갔다. 오늘 만난 사람들은 잔향이 오래 남았다. 클래식 덕후랑 러시안들이랑 할머님까지.



야경이 아름다운 국립 오페라 극장..

오늘 경험한 오페라 극장의 입석표는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일은 국립 미술사 박물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