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오후,
지친 몸을 이끌고 신촌 자취방을 향해 언덕을 터벅터벅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고개는 자연스레 아래를 향해 있었고, 팔은 축 늘어진 채로 흔들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언덕 위에서 '우와와~'하는 함성(?) 들려서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어린 아이 몇 명이 달려내려오고 있었다.
손에는 장난감 총을 들고 있었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즐겁게 내려가고 있었다.
알고는 있을까?
자신들이 들고 있는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일까? 왜 (남자) 아이들은 총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할까..
내가 어릴 때에도 그랬고, 지금 아이들도 그렇다. 과거에도 이랬을까?
분명 요즘에는 총을 들고 노는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손에 총을 든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 속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해 더 생생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총놀이를 즐긴다.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새에 너무도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무서운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놀이라고 치부하기엔,
그저 게임이라고 치부하기엔,
현실과 게임 정도는 구분할 줄 알지 않느냐고 치부하기엔
뭔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