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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상념

무엇이 블로그를 계속하게 하는가

"무엇이 당신을 글쓰게 하는가"


본격적인 글질에 앞서 잠시 자랑을 하나 할까 합니다. 


다음 브런치에 올린 제 글이 금요일 Editor's Picks로 뽑혀서 메인에 올라갔더군요. 

PC버전에서는 여러개의 글이 뽑혀있지만 앱으로 접속하면 제 글 하나가 제일 먼저 뜹니다. -_-v

첫 끝발이 개 끝발일 수 있으니 자랑할 수 있을 때 자랑해두겠습니다. (-_-a)


사실 브런치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었습니다. 몇 일이나 썼다고..

블로그와 어떻게 차별화를 둬야 할 지도 고민이었고..이제는 얼추 틀이 잡히긴 했지만..

아무리 글을 써도 조회수가 구독자수 혹은 like it 수가 늘지 않았습니다.  

(브런치는 블로그와 다르게 저런 것들을 관리 화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접어야 하나..고민하던 차에, 브런치 팀에서 제게 당근 하나를 툭 던져주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제 브런치에 방문객이 많아졌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가끔 겪던 터라 본능적으로'어디엔가 글이 올라갔군' 이라고 생각했고 

출처를 찾아보니 카카오톡 채널에 올라갔더군요. 


그러고보니 다음이 카카오와 통합하면서 자사의 블로그/브런치를 게재할 수 있는 채널이 늘었습니다. 

요새는 카카오검색 혹은 카카오채널을 통해서도 종종 들어오더군요. 

다음에 기반을 둔 블로그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변화입니다. 

하지만 카카오채널에 등재되어 조회수만 늘었을뿐 실제로 중요한 구독자수는 여전히 늘지 않더군요.


그러던 중 브런치 팀에서 준비한 2번째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이번엔 아예 메인 페이지에 띄어놨더군요. 조회수가 폭주하고 구독자수가 순식간에 늘어났습니다.

이번에도 어딘가에 걸렸구나? 라고 생각하며 앱을 접속한 순간 제 글이 첫 화면에 있더군요.



기분이요? 당연히 좋았습니다. 열심히 쓴 글이 편집팀에 뽑히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고. 그런데,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군요.


"무엇이 나를 글쓰게 하는가?"


"무엇 때문에 글을 씁니까?"라는 질문이 아닙니다. 

는 이미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지 답을 알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미 그 답을 알고 계실겁니다.


사실 두 가지 질문이 거의 유사합니다.

다만, 전자는 원동력의 개념이고 후자는 목적성의 개념이라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일단 저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좋습니다.

저의 아내는 항상 제가 글을 올릴 때 마다 "이번엔 어떤 뻘글을 싸질렀어?" 라고 얘기하는데

맞는 말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배설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머리속에 있는 혹은 가슴속에 있는 어떤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행위죠.

비슷한 행위가 많이 있습니다. 소변 혹은 대변을 보거나, 기침을 하거나, 침을 뱉거나, 성행위를 하거나

모두 무언가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는 행위이며 배설행위와 유사합니다. 본능과 직결된 것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을 하면서 혹은 논리적으로 기침을 하거나 일을 보지 않습니다.

그저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입니다. (논리적으로 일을 보시는 분 계시면 댓글좀;;)


그런데 글을 쓴다는 건 이들과는 약간 다른 배설행위입니다.

생각을 하면서 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할 수 있죠.

물론, 제가 쓰는 글들처럼 마구 싸지를 수도 있습니다만..


마음속에 혹은 머릿속에 있는 생각 의견 상념들을 

논리적으로 생각대로 토해내는 이 행위 자체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것이 계속 글을 쓰게 하는걸까요?


글을 쓴다는 것..그중에서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건 또 다른 의미입니다.

그저 글이 쓰고싶다면 그냥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일기장에 쓰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공개로) 글을 쓴다는 건 제가 쓴 글을 다른 누가 읽어도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제가 쓴 글을 다른 누가 읽는 것이 싫다면 굳이 블로그에 쓸 필요가 없죠.


이런면에서도 글이란 건 여타 배설 해위와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볼일보는 행위를 공개하고 싶은 사람은 없죠. 

대부분의 배설행위는 아무도 모르게 몰래 행해집니다. (아닌분 계시면 역새 댓글좀..)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건 일종의 publicity를 의미합니다. 관심이죠. 

관심을 받는 다는 건..매슬로우 아저씨의 욕구단계에 억지로 끼워넣으면

대략 3단계인 사회적욕구정도 될 것 같네요. 사랑과 관심과 소속감입니다. 


그리고 글을 정말 잘써서 명성이 생기면 4단계인 존경과 자존심에도 해당될 수 있고..

글을 잘쓰는 차원을 넘어 책을 출판하게 되거나 프로 글질러?가 되면

욕구단계의 끝인 자아실현까지도 해당될 수 있겠네요. 


글을 쓴다는 건..이런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욕구 실현의 행위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누군가에게 내 글을 전달하고,

관심을 받고, 칭찬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는 행위 자체가 

글을 쓰게 하는 커다란 원동력이 됩니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블로그는 방문객이 많지 않습니다. 무슨 마수에 걸린 것인진 모르겠지만-_-a

그렇다고 "블로그 방문객 늘리는 방법" 등을 검색해보진 않습니다. (그래도 안될거야..)


그래도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좋으니 계속 하고는 있습니다만..

들이는 시간도 있다보니..혹시나..하는 마음에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가다가 다음에서 던져주는 선물은 정말이지 마약같다고 생각합니다.

별 관심도 없고 소용도 없는데 블로그 하지말까..라고 생각할 때 마다 정말이지

묘하게 다음 메인에 걸어주거나 티스토리 메인에 걸어줍니다. (무서운 사람들 ㄷㄷ)


물론 그런 것에 뽑혔다는게 그 글의 퀄리티를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가벼운 이슈성 글들도 많기 때문이죠. 이런 것들은 관심 그 자체로 의의가 있습니다.

등재되지 않은 글들 중에도 괜찮은 글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론..그런 것들은 그냥 블로그를 노출하는데 도움이 될 뿐 깊은 관계를 만들어내진 않더군요.

정말로 제가 필요하고 좋아하는 관심들은 친해진 이웃 블로거들의 댓글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연은 단순히 어딘가에 노출이 된다고 생기진 않고..

꾸준한 관심의 교류 속에 생기더군요.


그래서 다시 자문합니다.

"무엇이 계속 블로그를 하게 하는겁니까?"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누군가와의 교감과 공감..

이것 때문에 계속 블로그를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하네요.


그 어떤 것 보다도 강력한 동기부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계속 글쓰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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