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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상념

퇴사를 결심하다


퇴사는 나와 상관 없는 얘기라 생각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나름 만족했고,    

주변의 잇단 퇴사 소식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오는 5월 31일 퇴사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어릴때부터 기계를 좋아했고 자연히 고교 2년에 이과를 선택했다. 

대학에서는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졸업후 자동차 회사 입사를 꿈꾸었다.


그러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우연히 참여한 통신사 인턴이 계기가 되어

지난 10년 간 꿈과 전공을 버리고 뜬금없이 통신사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희미해지고 이직이 직장인의 경쟁력이 되는 시기였지만,

이 때만 해도 아니,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난 이 회사를 평생 다니려했다.


하고 싶은 업종(통신업)에서 가고 싶은 회사(통신사)에 갔고

또 그 안에서도 하고 싶은 직무(마케팅)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다니는 회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통신회사이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업에 대한 흥미와 회사에 대한 로열티 그리고 직무에 대한 전문성 덕분에 

무수히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회사를 끝까지 다니고 싶었다. 


그런데 운명의 여신은 이번에도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창업을 준비중인 회사에서 내게 제안을 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risk를 안고 가는 것도 고민이었고

업종 회사 직무 모두 전혀 생소한 것도 고민이었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이 없자 나는 고민을 미루기로 했다.

각 전형을 통과하면 그 때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그런데 어...어...어?? 하는 순간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고..

팀에는 어떻게 말해야하지 고민하는 순간 벌써 통보가 갔다. 


고민이고 뭐고 그냥 앞만 보고 달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어느 정도는 별 생각 없이 운명에 맡기는 편인데..

이번 결정 역시 그랬던 것 같다. 흘러가는대로 자연스럽게..


잘 한 결정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주변에서는 워낙 축하의 말을 많이 들었지만..


막상 입사해서 일을 하다보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터..

중요한 건 가고나서부터겠지.


모든 직장인의 꿈 중 하나인 사직서 쓰기는 

TV나 영화에서 보는 것 마냥 낭만적이지 못했다. 


보안서 사직서 각종 반납서류 등..

번거로운 게 한 둘이 아니었다.


퇴사 발령문서가 뜨고...

한 동안 멍 하니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이제 진짜 회사 나가는구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눈치가 보여

사람들도 만나고 인사도 하며 슬슬 돌아다녔다. 


아직도 난 앞으로도 난 이 회사에 계속 다닐 것 같은데

현실은 다음주면 신분증도 반납해서 출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던 기회는 

준비가 되지 않은 나에게도 찾아왔다. 


아니 사실은 준비할 생각도 없는 나에게 찾아온게 더 정확한 표현일까..


하지만 왠지 이 기회를 놓치면

내가 준비 되었을 때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제 기회의 등에는 올라탔고..

어떻게 하느냐만 남아있다.


먼훗날 이 때를 되돌아봤을때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혼자 곱씹게 되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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