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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듣고/즐기고/공연/전시

뮤지컬 맨오브 라만차 ..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 사이..



아내 생일 기념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를 보러갔다.

아..드디어 보는구나..싶었다.


맨날 집에 있으면 계속 노래를 불러대서..

라만차의 기사~운명이여 ~ 나조차도 외워버린..


큰맘먹고 지른 VIP석.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뮤지컬이니까..


뮤지컬은 아직도 낯설다.

태어나서 뮤지컬을 본 건 손에 꼽는다.


나에겐 뭔가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듯..

가격도 가격이고..오랜 시간 앉아있는 것도 그렇고

음식을 먹을 수도 없고 뭔가 캐쥬얼한 맛이 없다. 


하지만 막상 가서 보면 또 좋다는..

아무튼..이번 맨오브 라만차는 디큐브시티 아트 센터?에서 한다.

특이했다. 디큐브시티에도 이런 곳이 있었구나...



바로 직전, 미미네서 맛있게 떡볶이를 먹고

윗층으로 올라간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는 중



빠질 수 없는 뮤지컬 입간판 인증샷.

이번 회차에는 조승우(돈키호테) 전미도(알돈자) 김호영(싼초)가 열연을..

사실 뭐 뮤지컬에 문외한이라..조승우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



조승우는..정말 굉장한 열연을 펼쳤다.

자기 본 나이보다 수 십년 많은 노인을 연기해야 했는데

나이 든 말투를 흉내내면서도 발성이며 연기며 노래며 뭐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커튼콜, 객석 인사 때 앞으로 나오면서 

뭔가 '아..이제 끝났다. 무사이 마쳤구나' 라는 표정으로 훕! 하고 숨을 쉬는데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무언가를 열심히 몰입해서 하고 끝낸 뒤 나오는..


전미도? 이 분은..참 목소리가 밀도있었다.

발성이 굉장히 좋은지..갈라지는 것 하나 없이 까랑까랑했다.

노래 잘 부르는거야 뭐..


김호영? 처음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잠시 헷갈렸을 정도로

얼굴 이쁘장하고 목소리가 약간 중성적이었던..

내가 생각했던 산초의 이미지와 좀 달랐지만 괜찮았다.



이번 공연이 뭔가 재밌었던 건..바로 무선 마이크 고장으로 인한 공연 중단.

뮤지컬을 자주 보진 않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은데..


공연을 시작하고 조승우가 등장하자마자 그의 무선 마이크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 마이크는 다 잘나왔는데 조승우씨 마이크가 고장나버린 것.


덕분에 처음엔 임기응변으로 마이크 없이 쌩목?으로 연기했는데

어느 순간, 이대로 1시간 반을 진행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잠시 대사를 쳐야 할 타이밍에 대사를 안치고 가만히 있다가 


정중하게 객석을 향해 죄송하다며 점검이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잠시 공연 중단..허허..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관객들은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조승우씨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산초도 센스있게 장난스런 말로 공연중단으로 자칫 무거워질 분위기를 띄었다.



아무튼 공연중단으로 관람객들에게 폐를 끼쳤다 생각했는데

맨오브 라만차 특에서는 공연 종료 후 프로그램 책을 모든 관객들에게 나눠주었다. 오오..



아무튼..어릴 때 동화책으로 잠시 읽고..

고등학생 즈음 다시 제대로 된 책을 읽고..

그 뒤로 한동안 돈키호테에 대해서 잊고 있었는데..


뭐랄까..연극 자체보다는 돈키호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 헛된 희망과 꿈을 쫓는..이상주의자..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로 넘쳐나고 그 외의 것들은 전부 무시하는 현대에

더욱 필요한게 돈키혼테 정신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명작이라 불리우는 것들은 확실히 시대를 아우르고, 

또 시대를 뛰어넘고, 시대를 관통하는 힘이 있다. 


보편성과 특이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명작이 되지 않을까



간만에 다시 한 번 소설 돈키호테를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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