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가는 길
아침 9시쯤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간단히 기합을 넣고 공항 리무진 타는 곳으로 향했다. 구 시민회관 앞이 정류장이었는데 30분 정도 기다리니까 버스가 왔다. 8천 원을 내고 버스에 올랐다. MP3에서 My Aunt Mary의 ‘공항 가는 길’을 선곡해서 들었다. 정말, 딱 이지 않은가!!
공항에는 10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비행기는 오후 1시 30분 출발이라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그래도 처음 해 보는 출국인지라 일찍 도착한 게 낫지 싶다. 아무튼 어떻게 출국 수속을 받아야 할 지 걱정 됐는데 앞선 사람을 따라 움직이니 이렇게 저렇게 해결되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대기실에 도착하니 11시쯤 되었고 12시까지 면세점 돌아다니면서 이것 저것 구경하다가 슬슬 Gate 앞에 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앞에는 왠 외국인 두 명이 워크래프트 우승 피켓을 들고 앉아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보고 있었다. 흐흠..
# 첫 비행
뭐, 내가 비행기를 운전한 건 아니지만-_- 아무튼 1시 정도에 Gate문이 열려서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출발 인원이 많지 않아서 좌석 한 열을 다 차지할 수 있었다. 비행기는 생각보다 컸다. 좌석에 앉아서 이것 저것 살펴보니 이륙시간이 되어서 비행기가 서서히 활주로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잠시 정지한 후 이륙을 위해 급가속을 시작했다. 더덜덜덜 떨리고 크아아앙 굉음을 내며 비행기는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처음 타 본 비행기는 이륙하고 착륙할 때만 재밌고 신기했고 하늘에서는 그냥 그랬다. 눈감고 있으면 그냥 열차를 타는 느낌이랄까.
기내식은 그냥 그랬고, 간식으로 주는 피자가 매우 훌륭했다. 앞 좌석에 앉은 독일에서 온 꼬꼬마들이랑 재미있게 논 기억이 난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은 매우 지루했다. 좁은 좌석에서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 앞에 있는 모니터로 영화를 이거 보다가 저거 보다가 잠을 청하기도 했다가 멍 하니 앉아 있기도 했다가.
# CDG 도착
이러고 저러다 보니 12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파리 상공에 도착했다. 이어 비행기는 천천히 속도와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는데 귀가 굉장히 멍멍해졌다. 착륙 후에도 한참 갔다. 아무튼 착륙은 굉장히 매끄러웠고 공항 건물 옆에 정차한 후 비행기에서 내렸다. 입국 절차는 상당히 간단했다. 여권만 보여주니 그냥 패스.
보안 검색대를 또 통과하고 짐을 찾으러 사람들 뒤를 졸졸 따라갔다. 어디서 수화물을 찾아야 하는지 몰랐으니까. 모를 땐, 대세를 쫓으면 되는 거다. 아무튼 수화물을 찾고 잠시 의자에 앉아서 공항에서 파리 북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색했다. 파리 북역에서 벨기에로 가는 고속열차인 탈리스를 탈 수 있으니까.
첫 도착지 파리 북역의 공사 중인 모습..이 때는 이곳이 무슨 공포게임의 던전 같이 느껴졌었다..파리 CDG공항에서 파리 시내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만약 유레일 패스 소지자라면 RER-B Line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RER이라는 것은 파리의 14개 지하철 노선과는 다른 개념으로 뭐랄까, 좀 더 파리 시내와 외곽지역을 연결해주는 전철이라고 해야 할까) 유레일 패스 소지자에게는 파리 북역까지 갈 수 있는 RER티켓을 무료로 주기 때문이다.
근처에 보이는 아무 매표소나 들어가서 유레일 패스 보여주면서 북역까지 가는 공짜표 주세요 하면 준다. (참고로 북역 Gare Du Nord의 발음은 철자만 보고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_-;;) 대신 그 티켓은 북역까지만 유효하니 그 다음 역에서부터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두자.
아무튼, RER-B타는 공짜 표를 얻고, Information에 물어봐서 겨우 RER타는 곳으로 갔다. 양쪽으로 플랫폼이 있길래 어느 쪽 열차를 타야 할 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던 차에 역무원 한분이 가르쳐 주셔서 제대로 열차에 올라탔다.
# 파리 북역
지금 느낀 것이지만, 저 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CDG를 제대로 담지도 못하고 후다닥 벗어난 것 같다. 아무튼 RER안은 굉장히 조용했다. 사람도 없었고. 처음 타는 RER인지라 노선표를 보고 또 보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마음을 안심시켰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그리고 이윽고 Gare du Nord에 도착했다. 아마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을 거다.
RER에서 내려 이정표를 잘 따라가다 보니 북역 플랫폼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북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정말 외국이구나, 여기서는 내가 외국인이구나’ 라고. 아무튼 탈리스를 타기 까진(밤 9시 55분) 시간이 꽤 남아서 북역 주변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북역 밖을 빠져 나왔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뭔가 음산하고 지저분하고 괜히 움추러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배는 고픈지라 뭐라도 좀 먹어야겠고, 길을 건너서 맞은편 식당가로 넘어와서 아무 곳에나 들어갔는데 메뉴를 보니 비싸고 뭔가 아니다 싶어서 나왔다. 그래서 조금 돌아다니다가 선택한 곳이 바로 SUBWAY. 낯선 곳일수록 기대하는 수준의 맛을 충족시켜주는 패스트 푸드점이 나을 것 같아서 였다.
근데 나는 서브웨이를 처음 가본지라 주문 방식을 몰라서 좀 답답했다. 덩달아 주문 받는 사람도 답답해 하는 눈치였다. 아무튼 영어로 처음 주문한 건데, 잘 못 알아들어서 서로 답답해 했다. 종업원 중에 작은 흑인은 굉장히 친절하고 귀여웠던 것으로 기억하고, 히스패닉계로 보이던 백인은 굉장히 깐깐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아무튼 뭔가를 시키긴 했는데 대 실패였다. 정말 맛이 없었다. 그리고 이후로도 서브웨이에서의 주문 실패는 계속되었다. 아무튼 서브웨이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북역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북역을 마주봤을 때 왼쪽부터. 왼쪽과 뒤쪽은 다닐 만 했는데, 오른쪽 길이 좀 무서웠다고 해야할까. 인도관련 가게가 많았는데 분위기가 별로 안좋았다. 그래도 맛있어 보이는 인도음식점을 발견해서 거기서 빵 비스무레한 것을 사고 다시 북역으로 돌아와서 탈리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차륵차륵 넘어가는 전광판을 보기도 했고, 이리 저리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고, 무언가 ‘낯선 환경에 놓여져 있구나’라는 생각이 확 느껴졌다. 아무튼 9시 50분쯤 벨기에로 가는 탈리스에 올라탔고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출발을 기다렸다. 열차 안에는 동양 사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었다.
이윽고 열차는 출발했고..캄캄한 밤이라 바깥 풍경은 잘 보이지 않았다. 검표는 없었고, 1시간 15분 정도를 달린 후에 브뤼셀 미디역에서 정차했다. 정말 은근슬쩍 국경을 넘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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