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705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여행날이 되었다.
각 여행마다..마지막 날에 느끼는 감정이 전부 다른데..
포르투갈에서는 모든 풍경이 굉장히 아련하게 느껴졌다.
마치 긴 시간을 떨어져 있어야 하는
연인을 보는 것 마냥
정겨웠던 트램 풍경도 이제는 마지막이구나..
매일 평범해보였던 풍경도
마지막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다시 보면
달리 보인다.
오늘의 행선지는 리스본의 여자도둑시장이다.
여자도둑시장? 여자 도둑이 있는건가..뭐 딱히 그런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이곳에서 도둑들이 훔친 물건을 팔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자도둑시장의 규모를 알지 못하고 슬슬 입구로 향하는데
가판이 여기저기 간헐적으로 깔려 있는게 보였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아..흔한 벼룩시장이네 금방 보고 가야지
라고 생각했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온 거라 아직 시장에 상인들마저 다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 생각보다 넓다. 빨리 보고 가려고 했는데 이게..봐도봐도 계속 나온다 ㄷㄷ
여행을 가면 재래시장과 더불어 벼룩시장은 꼭 찾아보는 편이다.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그 도시의 가장 사람냄새나는 곳이라..
사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사본 적은 거의 없다.
대부분 구입이 목적이 아니라 구경이 목적이다.
본격적으로 구경하는 여자도둑시장.
앤틱한 가방에 그림들이 들어있다.
근데 이거, 본인이 그린건가..뭐지 저 괴상함은 ㅋㅋ
요사로운 조합이다. 뭔가 아프리카 토속 물품을 팔고 있는 것 같았다.
한쪽에서는 옷을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이걸 누가 사지..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놀랐던..
돌아보다보니 옷을 팔고 있는 곳도 꽤 되었다.
벼룩시장이 굉장히 거대했다. 내가 유럽에서 본 벼룩시장중 제일 클 정도
다음 사진들은 그것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사진들인데, 귀찮으면 안봐도 그만~
말그대로 끝없이 늘어진 가판 행렬 중 본인의 구미에 맞는 물건을 고르기란 굉장히 힘이 든다.
그리고 되돌아오는 것 따윈 거의 불가능하니 지나다니다가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바로 구입하자.
벼룩시장에 노트북이 등장했다
작동은 하는건가?
작동하는 지 어떻게 알지?ㄷㄷ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점점 알 수 없는 물건들을 팔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반가운 인물 발견.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카드가 있다.
이게 왜 여기에 ㄷㄷ
이정도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한 가판에 늘어놓은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ㅋㅋ
그리고 리스본 여자도둑시장의 끝판왕 등장.
이거, 정말 팔고 있는 것. 이걸 판다. 이것을 판다고!!!!!!!!!!왜???
그냥 아무나 호갱 한 명 걸려라 이건가 안걸리면 말고?ㅋㅋ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양한 물건에 혀를 내두른채..
물건구경에서 사람 구경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가족단위로 구경온 사람들도 많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분들은 대다수가 노인이다.
본인과 함께 나이가 먹은 추억의 물건을 파는 모습이란...
도대체 이 많은 것을 어디서 구했을고..
우리나라엔 중고나라가 있어서 다행이다 ㅋㅋ
내 눈에는 살만한 것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여기를 방문한 현지인들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건을 보고 또 본다.
매일 아침 출근하여 가판을 저렇게 차리는 것도 커다란 일이 될 듯..수거할땐 또 ㄷㄷ
몇 가지 자동차를 살까 말까 들었다 놨따
판매자 마음도 들었다 놨다
클래식한 주방용품을 만났다. 구입할까 말까 망설였지만 그대로 패스.
진지하게..판매중인 상품?들..-_-a
벼룩시장의 매력 중 하나는..이렇게 볼품없는 물품들 사이에
홀로 오롯이 빛나고 있는 숨은 진주를 발견하는 재미다.
앤틱한 전축. 그런데 작동이 되지 않는다. 그냥 인테리어 소품
뭔가 남양주 영화촬영소 가면 많이 있을 것 같은 비주얼
이것도 MBC소품실 가면 많을 것 같아. 당장 응답하라 1988에 나올 것 같은 ㅋㅋ
요런거 좋아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살까말까살까말까살까말까
나와 같이 살까말까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적어도 8할은 된다.
뭐..도대체 팔 만한 물건도 아니고 살만한 물건도 아닌 듯 보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 말하는거고..
여기 사람들은 생각보다 진지하게 물건을 팔고 또 구경하고 있다.
시장이 워낙 커서 다 돌아보면 지치기 쉽다.
나이들거나 체력이 약한 분들은
체력배분에 신경을 써서 돌아다녀야 할듯
할머님 한 분이 꼼꼼하게 물건을 보고 계시는 중이다
클래식 라이터. 이것도 그냥 소품. 작동하지 않을 듯한 물건이 대부분이지만
누군가의 추억이 서린 물건이겠지..
어딘가의 식당에서 대량으로 쏟아져나온 것 같은 식기들
팔리거나 말거나//
...??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지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건가?
저게 왜 여기있지?
저걸 어디에 쓰라는거지?
포르투갈 여행 중 밀려온 가장 거대한 혼돈의 쓰나미
요런 감성 좋다. 평평한 책자 위 오롯이 튀어나온 지구본
살까말까했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패스..
집에 있는 온갖 물건들을 다 가지고 나오신 아저씨.
손님이 찾아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잠드는 상인들
정겨워 보이기도 하고 힘겨워 보이기도 하고..
여자도둑시장의 흔치않은 젊은 판매자
판매자와 구매자의 눈치싸움
우표모음. 이것도 좀 탐이나긴 했는데..
크아아앙~~~재미난 마블코믹스의 표지
원래는 빵먹는 아저씨를 찍으려고 했는데 포커스가 뒤에 맞아버렸다...
상인들의 힘든 하루를 엿볼 수 있는 부분..
장사도..손님이 많고 판매가 되어야 흥이나는 법
가도가도 끝이 없는 여자도둑시장..
시간이 지날수록 상인들도 파는 물건들도 구경하는 사람들도 늘어나서 금방 북새통
여자도둑시장의 기인. tv를 머리에 이고 계심
구경꾼들의 즐거움/놀라움 가득한 표정이 흥미롭다.
저 분..우리나라 재래시장에 한 번 오셔야겠네..
더 대단한 한국 아주머니들 많은데
가만 보면 여기 판매자분들..물건을 파는게 목적이 아니라
그냥 사람을 만나는 것이 목적인 것 같기도 하다.
물건 파는데엔 그리 열정적이지 않고
대신 주변 상인 혹은 구경꾼들과 담소를 나누는데 적극적이다.
엇..척노리스 아저씨를 여기서 만날 줄이야
물건 파는데 전혀 관심없는 아저씨.
자기 상품에서 아예 등을 돌림 ㅎㅎ
그래도 정말로 이곳은 에너지가 넘치고 사람냄새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나이든 노인의 뒷모습과
그와 함께 늙어간 물품들
인생이란 무엇인지..
나이든다는 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본인의 전성기를 함께 보낸 추억의 물건이라도 찾으시는걸까..
판매에 지치신 어느 한 노인..
눈빛에 힘이 없다..
분위기 애처롭게 잘 잡아놓았는데
하필 다음 사진이 이모양 ㅋㅋ
여자도둑시장에서 가장 어려보였던 판매자
기준도 없고 조건도 없다.
아무나 그냥 집에 있는거 싸들고 오면 팔 수 있는 모양
나도 캐리어에 있는거 좀 모아서 팔아볼걸 ㅋㅋ
가족이 나와서 파는 것 같았다.
상품의 잡다함은 끝이 없고..자세히 보면 스텝퍼도 팔고 있음 ㅎㅎ
여기는 연인 판매자..
대략 3시간 정도는 본 것 같다.
벼룩시장에서 3시간을 쓰기란 쉽지 않은데..
봐도봐도 끝이 없는 리스본 여자도둑시장
없는 물건을 파는게 아니라
없는 물건도 어디선가 구해서 팔 것만 같았던 풍경들
그래도 리스본에 왔으면 여자도둑시장은 좀 와봐야할 것 같다.
여기에서야 비로소 정말 리스본 시민들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raw하게 엿볼 수 있어서..
부유하거나 풍족하게 살지는 못해도
그래서 우리 눈에 어색하고 이상해 보여도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들과
오래된 물건과 오래된 사람
나이듦에 대한 또 다른 사색까지..
생각외로 깨달은 바가 많았던 이곳.
마지막으로 트램을 타기 위해 트램 정류장으로 가려는데
굉장히 예쁜 커플을 만났다.
아래위 커플룩으로 맞춰 입고 마실을 나오신 두 분
꼬옥 붙잡은 손이 정말로 인상적..
우리 둘도 먼훗날
저런 모습으로 나이들기를..
.
.
.
공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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