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19
둘째날: 왕궁과 왓 프라깨우 → 짜뚜짝 시장 → 인디고 호텔 야외 수영장 → 라바나 마사지샵 → 색소폰 재즈바
12월이라 날씨도 좋고, 때마침 이 날이 토요일이기도 해서 왕궁 안에는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발딛을 틈 하나 없다라는 표현은 이런 때 써야 딱인듯.
왕궁 및 왓 프라깨우로 들어가는 길. 바로 앞에는 매표소가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왕궁 근처에는 이름난 사원들이 많다. 에메랄드 불상으로 유명한 왓 프라깨우, 옆으로 드러누운 거대한 불상으로 유명한 왓포,
아름다운 쩨디로 유명한 왓 아룬 등 방콕의 사원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인데 오늘은 왕궁과 왓 프라깨우만 보기로 했다.
복장 규제에 대한 안내판도 보인다.
이미 다들 알겠지만 방콕 내 사원이나 왕궁에 입장할 때엔 반바지나 반팔 짧은 치마는 착용 금지다.
미리 숙소에서 긴 옷을 입고 나오거나 아니면 개인 스카프? 를 하나 챙기는 것이 좋다.
현지에서 빌려주는 천조가리는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으니 몸에 두르기 찝찝할 수도 있다.
꽤나 멋들어진 입장권을 받고 검표소로 향한다.
이미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검표소.
검표소를 지나면 바로 이런 모습의 사원이 보인다.
화려한 금빛 조각과 꼬불꼬불한 모양이 비로소 방콕 사원에 왔구나를 실감하게 한다.
풍채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아저씨가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씩 한다.
"어서와"
촛불을 피우는 행위는 모든 종교에 공통사항이다.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희생정신은 종료의 기본 정신이니까
배불뚝이 아저씨와 성스러운 촛불을 지나 왼쪽으로 향하면 눈 앞에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
저 고깔모양으로 생긴 것이 방콕 사원방문 기념 사진에 꼭 등장하는 '프라 씨 라따나 쩨다'이다.
사실 방콕이 잘 와닿지 않았던 이유도, 내심 왕궁이 내키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이런 모양새에 있었다.
여태까지 내가 생각했던 왕궁이란 우리나라 왕궁이나 절에서 보듯 미려한 곡선이 있거나
혹은 유럽의 흔한 궁이나 성에서 보는 자로 잰듯한 반듯한 직선이 전부인데
방콕에 있는 사원이나 왕궁들은 이런 정형적이고 전형적인 선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굉장히 비정형적인 선과 곡선이 모여 묘한 느낌을 주는게 썩 긍정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글자나 그 발음 역시 굉장히 익숙하지 않아서 "이상했다"
내게 익숙한 글자체는 한글 알파벳 한자 정도인데..태국의 글씨는 꼬부랑 그 자체였고 발음도 전부 이상했다.
억세다고 해야할까 발음이..왓 프라깨우..왓 포...된발음도...
그런데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왓 프라깨우를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사원 안에 있는 회랑에는 벽화가 쭉 그려져있다. 회랑이 사원의 둘레를 따라 수 키로미터 이어져 있는데 벽화 역시 계속 그려져있다.
힌두교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에 대한 이야기를 태국식으로 각색한 '라마끼안'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내용을 잘 몰라도 몇몇 장면은 '아..이런 얘기구나' 정도로 유추 가능하다.
그렇게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이라 여겼던 방콕의 사원인데 돌면 돌수록 '엄청나다 대단하다 화려하다' 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맨 처음 느꼈던 그 감정들은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것들이었다. 내가 언제 방콕의 사원을 접할 일이 있었나..계속 우리나라나 유럽의 선에만 익숙했지..
사원을 가득 메운 사람들. 나와 같은 마음으로 경이로운 눈빛으로 사원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절은 굉장히 소박하고 담백한데 반해 방콕의 사원은 굉장히 화려하다.
이것도 뭔가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표현방식의 차이겠지.
하늘 높이 솟은 뾰족한 탑은 열반을 상징하는 것일까..
유럽의 성당도 그렇고 방콕의 사원도 그렇고 무지하게 높게 지어
성스러움과 웅장함과 하늘을 향하는 그런 사람의 의지를 보여준다.
거대한 구조물과 금빛 그리고 세밀한 장식들..볼거리가 넘쳐나는 방콕의 사원.
프라 씨 라따나 제띠 맞은편에는 그 유명한 에메랄드 불상이 있는 건물이 있다. 건물들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거대하다.
그리고 뒤에서 다루겠지만 건물 기둥이나 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금색으로 칠한게 아니라 하나하나 작은 장식들이 달려있다.
방금 들어왔던 입구쪽 건물. 뭐라고 해야할까 이 모습을 혹은 이 느낌을..
건물과 조각들이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입구 양쪽에 있는 거대한 조각은 왕궁 입구를 지키는 거인악마 악샤..
이글이글 타오르는 모습이 느껴진다.
그리고 사진에 보이는 저 건물도 그냥 기와 몇 장 다닥다닥 붙여놓은 게 아니라 색깔 별로 모양을 잘 맞춰서 붙여놓았고
지붕 중앙의 저 말도못할 세밀한 장식성과 정교함은 실제로 가서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멀리서 프라 씨 라따나 제디를 보면 '그냥 금색으로 칠해놓았구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작은 타일 같은 것을 끝없이 정교하게 이어붙인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조금더 가까이 가서 촬영하면 대충 이런식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노가다의 산물인 것 ㄷㄷ
쩨디 맞은편에 있는 흔한? 조각상을 보자. 반인반조 전설이 캐릭터인 낀나라인데
내가 흔히 알고 있고 익숙한 조각상의 선과 완연하게 다르다.
나는 우리나라의 조각상에서 저런 꼬리의 선을 본 적이 없다.
유럽에서 본 조각상 중에도 저런 모습은 흔치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선이 아니라 저 장식성이다. 온 몸에 치렁치렁 화려한 조각들을 박고 있는데
하나하나 손으로 정말 섬세하고 세심하게 만든 티가 역력하다. 특히 모자부분은 보는 이를 압도할 정도
그리고 이 와중에 뒷배경이 되어 흐리게 보이는 저 지붕 장식을 보라!! ㄷㄷㄷ
멀리서 보면 이런 디테일들이 전부 죽어버리는데 가까이 갈수록 위엄이 살아난다.
반드시 흘려보지 말고 하나하나 다 뜯어보자!!
프라 씨 라따나 쩨디의 뒷모습. 보이는가 화려한? 노가다의 산물이?!!
저걸 언제 하나하나 다 붙이고 앉았을까..아우..ㅠ 난 정말 여기서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프라 씨 라따나 쩨디 뒷편에는 굉장히 화려한 건물이 있는데 왕실의 도서관으로 쓰이는 프라몬돕이다.
내부는 공개하지 않아서 겉모습만 구경할 수 있다.
할 말을 잃는다. 놀란다. 이건 도대체 뭐지 ㄷㄷ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디테일이 건물 여기저기 숨쉬고 있다.
이런걸 사람이 어떻게 만들 수 있는거지 ㄷㄷ
발톱의 섬세함을 표현한 모습인데 조금만 방심해도 확 올라와 휘갈퀼 것 같았다.
사원에 있는 모든 조각들이 정적인 모습이 아니라 굉장히 동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위에서 보면 별 감흥이 없는데 이걸 정면에서 바라보면
이런 모양이다 세상에 이런 미친-_-;; 이런 정교함과 화려함은 어디서 보지?
잘 들여다보면 알 수 없는 저 괴수의 입 안 혓바닥 까지 구현했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어 건물 위쪽을 바라보았는데
내 평생 이렇게 화려하고 디테일한 건축물은 처음 본다.
사진 위부터 훑어보면 지붕의 외형도 그냥 심심한 직사각형 모양이 아니라
구불구불 꺾인 모양이며 그 지붕을 떠받드는 기둥도 그냥 붙어있지 않고
기둥과 지붕이 만나는 부분에 꽃모양과도 같은 장식이 되어 있다.
기둥도 그냥 네모진 게 아니라 모서리를 몇 번 꺾었고,
그마저도 기둥의 면에 뭐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장식을 가미했다.
그리고 기둥 밑부분에는 진짜 뭐 화룡정점이네
기둥과 기둥 사이에 아내가 이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바로 왼쪽에 있는 기둥을 클로즈업하면..
바로 이정도의 디테일이다. 타일을 보자. 네모진 타일을 이어붙이는 것도 힘든데
자그마치 수십각형 모양의 타일을 모서리가 잘 맞아들어가도록 이어붙였다.
그리고 타일 오른편에 있는 황금장식. 덧대고 덧대고 덧대어 만든 장식인데..
정말 숨이 막힐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한 (노가다의 산물) 조각 아닙니까?!
건물의 한쪽에는 도 다른 제단? 조각? 같은 것이 보였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이것 역시 뭔가 상징하는 게 있을텐데 ..
태국인들이 좋아하고 신성시하는 코끼리기
반질반질하게 조각되어 있다.
우리나라 절과는 달리 건물들이 정말 큼직큼직하고 지붕이 화려하며 높다.
지붕이 여러 겹으로 켜켜이 쌓여있는 모습이 뭔가 상승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건물에 붙어 있는 장식들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정말 대단하고 아름답다.
인간이 창조해낸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프라몬돕. 그리고 굳게 닫힌 입구.
겨우? 도서관정도의 건물이 이정도로 화려하다니..
'저기요, 잠시만요' 아내님의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낀나라와 구분이 가지 않는다!! ㄷㄷ
금빛 찬란한 쩨디를 수많은 조각들이 떠받들고 있다. 가루다라고 하나..
창문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내부가 비공개라 그런지 다 닫아놓은 모습이다.
사람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저 천장에 솟구친 쩨디가 인상적이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쓴 모습..(부처님은 다 알고 계시지~)
아내의 장난끼가 또 발동했다. 왜 안따라하나 했다...ㅋㅋ
사원이 너무나도 화려해서 계속 숨막힐 정도로 경탄하고 감탄하고 놀라워했는데
한 순간 마음이 평온해지고 찰나의 여유가 생겼다. 바로 이 연꽃을 보고..
내 눈에 비친 사원의 모습. 정말 이국적이다. (이국이긴 하지..) 기묘하고 오묘하고..
겹겹이 쌓여져 올라간 투톤 컬러의 지붕과 꼬리와 허리의 구부진 선이 매력적인 낀나라,
그리고 하늘 높이 솟구친 저 수많은 쩨디들..거기에 눈부신 황금빛 장식들과 장식들의 정교하고 세밀함...
그간 부정했었던 방콕사원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순간이었다.
지금껏 눈으로 봐온 그 어떤 사원이나 궁전이나 성보다 훨씬 아름답고 매혹적인 곳.
그러면 이제 워밍업을 마쳤으니
본격적으로 왓 프라깨우의 명물을 구경하러 가보자.
아쉽지만 다음 포스팅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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