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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2009_이탈리아

이탈리아 베네치아 여행 .. #1 처음 타본 야간열차!!

뭐랄까..사실 베네치아에 도착한 건 아니지만..

베네치아 여행의 시작을 이 야간쿠셋이라 생각하기에..

쉬어가는 페이지 겸...야간열차 에피소드를..ㅎㅎ




# 야간열차


처음 타 본 야간열차였다. 한국에서 열차 예약할 때 별 고민 없이 쿠셋으로 예약했다. 일반 좌석이나 컴파트먼트는 불편하기도 하고 짐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힘들 것 같아서 그랬다. 결과적으로 괜찮은 결정이었다. 


빈 서역에 도착해서 8시 20분 쯤 미리 정차해 있는 야간열차에 올라탔다. 서역이 출발지였는지, 열차 안에는 탑승객이 별로 없었다. 지정된 방에 들어가니 6인실 쿠셋이었고, 1/2층 침대는 좌석 조정이 가능해서 상황에 맞게 3층 침대 2개, 1/2층 합쳐서 좌석으로 바꿀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8시 40분 출발 시각이 다가오니, 역무원이 베개와 생수(공짜!!), 이불을 나눠주는데 6개를 줬다. 살짝 가서 물어보니 이 방은 full이라 하여 좌절..그리고 몇 분 뒤 잘생긴 양남 한 명이 들어왔다+_+ 


밀짚모자를 눌러쓰고(루피냐) 경쾌한 몸놀림으로 방에 들어오더니 간단하게 인사를 한다. 이름은 라이언. 대충 사정을 들어보니 미국 뉴올리언즈 루이지애나에서 왔고, 부동산 일을 3년 정도 하다가 다 때려치고 그간 모은 돈으로 3개월 간 유럽 여행을 왔다고 했다. 이미 2개월 간 돌아다녔다고..물론, 내 소개도 간단히 했다. 나중에 미국 올 일 있으면 뉴올리언즈에 와보라고 고향홍보를..ㅎㅎ


그간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유럽 사람들의 영어 발음만 듣다가 미국인의 본토 발음을 들으니 꽤나 반가웠다. 발음도 정확했고..빠르기도 적당했고..사실 혼자 여행와서 처음에는 외롭기도 했고, 낯선 사람들에게 말붙이기도 힘들었는데 차차 나아졌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아무 pub이나 들어가서 아무 일행한테나 껴서 즐겁게 놀았다고..그런데 여행에서 만난 인연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다 그런거 아니겠냐며 허허 웃는다. 


그리고 양남은 노트북을 켜고 이내 미드에 빠지기 시작했다. 영화였나..아무튼 나는 어두운 차창 밖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또 다른 역에서 사람이 탔는데 이번에는 텍사스에서 온 애나였다. 대학 졸업 기념 여행을 왔다고..덕분에 라이언과 나는 다시 자기소개를 간단히 했다. 애나는 친구들과 함께 쿠셋을 예약했는데, 무슨 착오가 생겼는지 한 방이 아니라 각자 따로 떨어져서 예약이 되었다고 ㅋㅋ 애나는 말이 너무 빨라서 잘 못알아들었다. 나중에는 라이언도 말을 빨리해서...쳇 ㅋㅋ


마지막 동행인은 오스트리아 부부였다. 서역을 출발한 지 3시간 정도 멈춘 어느 역에서 탔다. 다들 피곤했는지 그들과는 간단한 대화만 나누고 잠들었다. 나는 3층에서 잤는데, 다리 뻗기도 불편했고 난간 같은 것도 없어서 열차가 급정거하거나 급출발할 때 마다 식겁했다. 이렇게 유럽 한복판 기차 안에서 죽는구나...뭐, 결과적으로는 무사히 3층에서 베네치아까지 같다. 잠버릇 고약한 사람은 필히 1층을 사수하자. 


아무튼 나의 영혼이 안드로를 헤매고 있을 때 나의 몸뚱아리는 무사히 베네치아를 향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