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일상

프로포즈 대작전

대작전..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는다..거의 미션수준이었음.

프로포즈 두 번 하다간 골병들 것 같음..-_-a


아내님에게 준 편지에 대충의 과정이 적혀있긴 하지만..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대략적인 계획은 상반기 때 했다.

그간 찍은 사진으로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

테마는 캘린더..(였는데 실제로는 못했다..-_-)


여름까지 멍때리고 있다가..

여름의 끝자락 즈음..이제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위에 적은 것이 가장 맘에 들었고

저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집이 필요했다.


아니면 호텔이나 뭐 펜션에 방을 잡아야 하는데

준비 시간이 오래 걸려서 현실적으로 불가능..


집을 보러다니면서..그것도 생각했다.

이 집에 편지 붙이고..촛불로 꾸미고 등등..


어느 집을 가도 다 답이 안나오긴 했다.

특히 깨끗한 집을 갈 때면..여기엔 어찌 해야하나..싶었는데


다행히 지금 구한 집은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야하는 곳이었다.

'여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D-DAY는 계약 당일인 10월 10일.


다행히 아내가 5일에 일본여행을 가는 덕분에

혼자 준비할 시간이 생겼다.


동기 형님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홍대로 갔다.

위트와 콤마에 가서 리락쿠마 럭키백을 보러.


근데, 딱히 럭키백에 채울 게 보이지 않았다.

위트와 콤마에서만 파는 웨딩 리락쿠마 세트가 보였는데

품절이랜다. 주문제작에 일주일 정도 소요되고..시간이 맞지 않았다.


왠지 저정도면 내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작은 크기의 리락쿠마와 코리락을 샀다.

그리고 자잘한 리락쿠마 용품?들도 샀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

김포몰 토이저러스에 갔다.


왠지 코리락/리락쿠마 사이즈의 인형이

웨딩치마나 턱시도를 입고 있을 것 같았다.


홍대에서 김포몰로 향했다.

토이져러스를 샅샅이 뒤지니 코리락 사이즈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인형 발견. 빙고. 구입.

근데 리락쿠마에 입힐 턱시토를 입은 인형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검은 원단을 구입하기로..


롯데마트가서 프로포즈에 필요한 물건을 샀다.

풍선 여러 개..촛불 여러 개..테입..촛불 건..(이거 정말 유용했음) 풍선 펌프(완전 쓰레기였음)


그리고 중요한 인화용지..이게 없었다. (나중에 큰 문제로 돌아왔음)

다른 마트에 있겠지..라고 그냥 안샀다.


집에가서는..사진을 골랐다.

3년이 넘게 사귀니, 사진이 꽤나 많았다. 


테마별로 정리했다.

자는 모습, 까부는 모습, 불쌍한 모습, 사무실 연애, 버스에서 빠이빠이한 것..모으니 꽤 되었다.

그리고 시간 순으로 1일부터 지금까지 찍은 사진 전부..


이 때는 몰랐다. 이게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걸..

이렇게 사진을 고르는데에만 꼬박 사흘정도 걸렸다. 


그리고 대략 한 60장 정도만 집에 있는 인화지로 인쇄했다.

꽤 쓸만 했는데..프린트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래도 하루종일 인쇄하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함..


중간에 잉크가 떨어져서..잉크도 따로 주문했다. 넉넉히 4개..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리락쿠마 턱시도도..누군가?의 옷을 벗기는게 나을 것 같아서..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이즈의 턱시도를 입은 인형 주문..


2~3일 지나자 잉크도 왔고, 턱시도 인형도 왔다.

모든 준비 완료.


그리고 드디어 D-DAY..


집에서 나올 때 사진 인쇄할 프린터도 챙겼고..

각종 준비물도 다 챙겨나왔다.


계획상으로는..3시까지 전입신고+확정일자 받고 와서 작업하는 것이었다.

얼추..주민센터에서 신고하고 나니 두시 반..


인화지를 사러 홈플러스에 갔다. 없었다.

홈플러스 내 입점한 코닥에 가니 4X6 한 장에 350원..헐..사진만 600장이 넘는데..-0-

이마트 수색점까지 갔다. 없었다..하..하는 수 없이 B5용지 구입..여기서부터 꼬임.


작업하다가 중간중간 먹을 음료와 닭강정 뭐 이런걸 샀다.

부질없음을 깨달았어야 하는건데..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얼추 3시.

시간 많네. 여유롭게 해도 되겠네. 라고 생각.미쳤지.


B5용지를 반으로 잘라서 사진을 인쇄해보았다.

느리지만..어쨌든 4시간 정도면 다 인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쇄하면서 일단 풍선을 불기 시작했다.

풍선 묶는건 (처음에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너무 안묶였다. 시간은 없는데..빵~하고 터지는 소리가 무서워서

잔뜩 움츠려서 소극적으로 묶다 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나중에 시간에 쫓기니 어쩔수 없이 막 묶으니 방법이 생겼다.

손가락 두 개 이용하기..


암튼..수십 개를 불다 보니 볼이 터질 것 같고 

갈비대가 아파오고 머리가 띵하기 시작했다.


풍선 펌프? 소용없었다. 나쁜놈들-_-


작은 방에 풍선을 한가득 쌓아놓고 싶었는데

그냥 바닥에 한 겹?으로 깔리는데 그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더 사서 불고 묶이엔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나마도 가끔 풍선 불고 내려놓는데

이유없이 터질 땐 깜짝 놀라는 것도 놀라는건데

속상했다. 어떻게 불고 묶은 풍선인데-_-


그보다 더 큰 사진 나오는 속도가 너무 더뎠다. 

잉크도 금방 떨어졌다.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울고싶었다. 망했다. 


하는 수 없이 인화 맡기기로 했다. 

근데 600장..이거 전부 인화하면 20만원이 넘는다. 

하는 수 없이 여기서 또 사진을 골라야했다.


고르는게 쉽지 않았다.

수 천장에서 600장을 추린건데

하나하나 정말 다 내자식같았다. 

뺄 것이 없었다. 


살과 뼈를 내주는 심정으로 300장 까지 추렸다.

근데 더는 줄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은 없고, 아직도 사진이 너무 많았다.

아예 미리보기에서 파일명으로 바꾸고 100장을 제거했다. 안녕 얘들아 ㅠ


혹시나 해서 챙겨온 USB를 들고 홈플러스로 뛰어갔다.

코닥은..홈플러스 매우 끝쪽에 입접..가기도 힘듬..뛰어감..


이 때가 5시..맡기니까 3시간은 걸린다고.

2시간에 해달라고 협박하고 다시 집으로 뛰어옴..


일단 사진은 됐고..이제 대략 작업하던 걸 치우고 촛불을 배치해야 할 시간..

일단 풍선 방은 놔두고..촛불의 방, 프로포즈를 할 방에 하트로 꾸미기 시작..

그리고 12.20 숫자는 빨간색 양초로..근데 하다보니 양초가 모자라!! 양초도 또 사야해 ㅠㅠ


그리고 풍선 마저 다 불고..이것저것 하다보니 또 거의 6시 50분..

근데 중간중간 아내가 전화검..바빠죽겠는데 ㅠ

끊으려고 한다고 또 뭐라 막 삐짐..-_- 이녀니 


암튼..다시 코닥 뛰어가서 사진 찾고..그 옆에 꽃집에 가서 꽃사고..

다시 1층가서 구석에 있는 빵집가서 케잌사고..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대략 7시 20분..


아내가 퇴근하려 한다. 미친듯이 사진을 붙였다. 아..시간없어 바빠바빠 전화걸지마 ㅠㅠ

사진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았다. 처음에는 일단 테이프로 붙이다가..시간이 너무 걸려서 양면테잎으로..


근데 또 양면테잎으로 막 붙이다가 양면테잎 플라스틱이 뽀개짐 ㅠㅠ 아 미쳐 

칼로 일일이 잘라 붙이다가 나중엔 시간 없어서 벽에 그냥 지익 하고 길게 테잎 붙이고 그 위에 사진 붙이기로..


풍선방도..등불 풍선 불었더니 등이 안들어와 아 이건 또 뭐야-_-

뭔가 좀 풍성하게 하려고 줄 붙여서 풍선 몰아넣으려 했는데 실패. 아 미쳐

일단 대충 바닥에 풍선 다 깔고 리락쿠마들 이리와 이제야 너희가 나설 차례

근데 면사포랑 나비넥타이 자꾸 벗겨지네? 양면테잎 도와줘 덕지덕지 아 이게 뭐니 ㅠ


이제 대략 7시 40분..아내가 약수?에 도착했다고 서운해함.

서운함을 느낄 시간이 없음. 마트에서 추가로 사온 촛불 설치...


계속 마중나와달라고 조름. 안돼 오늘은 참아.

불꽃 GUN이용해서 하나하나 불 붙이기 시작.


와..이거 오래걸려. 촛불 왜케 안붙어-_-

거실에 있는 촛불을 다 붙일 즈음..가스가 떨어지기 시작.

맘속으로 간절히 바람. 제발, 버텨. 하트까지만 버텨줘 ㅠㅠ


간절히 기도하니 정말 하트까지는 버팀.

그러나 12.20 숫자 촛불에서는 정말 안나옴. 


이 때 아내가 월드컵 경기장 역에서 오고있다고 함.

안돼 평소 느린 걸음아 더 느려져라!! 


일일이 촛불 하나하나 불 옮겨 붙이기 시작..

거의 12.2 끝내고 0을 붙일 즘 밖에서 쿵쿵쿵.


왔다. 잠시만 기다려. 촛불 두 개만 붙이면 됨.

다 붙임. 허...맙소사. 끝냈어. 오!!!!


그리고 문을 열고 아내를 맞이함.

짜라란~...아내가 펑펑 울지 않음..-_-...ㅋㅋ


아...뭔가 여유롭게 준비하리란 나의 계획은 시작부터 다 틀어짐.

진짜 현장은..계획이고 나발이고 없음.

불확실성과 온갖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다 튀어나옴..


아...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만..

그래도 받아준 아내님께 감사를..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