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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상

신혼집 꾸미기 ..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페인트과 작업 도구 등은 제 때에 도착했다.

도착 안하면 망하는건데 어쩌지..싶었는데 다행..


원래 토요일에는 늦잠자는 것이 일상인데

이 날 만큼은 8시에 일어나서 졸린 눈 부비고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집에서 페인트와 작업도구, 그리고 테잎 등 쓸 만한 것 몇 개를 챙겨 차에 실었다.


일요일 아침 아파트 주차장은 많은 차들로 붐볐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아직도 잠에 빠져있는 듯..


아파트 동에는 주차를 못하고 옆 길 주차라인에 주차했다.

동 앞에서 몇 번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좁고 차는 많았다.

앞으로 주차 때문에 고생좀 하겠구나 싶었다. 


페인트 도구를 두 번에 걸쳐 옮겼다.

민둥산 마냥 벌거벗고 있는 방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도대체 어디서 부터 어떻게 손을 봐야 하지" 라는 막막함이 마구 샘솟음.


일단, 페인트 도구를 가지런히 (말 처럼 가지런히는 아니었지만) 펼쳐놓고..

무얼 먼저 할까 고민하다가 제일 만만한 창문부터 해보기로 했다.


일단 작은방과 안방에 있는 창문을 떼어내어 벽에 기대었다.

그리고 떨리는 맘으로 프라이머 통을 열었다. 우왕..정말 페인트 칠 내가 하는건가?!


처음 잡아보는 롤러와 붓..그리고 트레이 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뭘 어떻게 해야 페인트칠을 잘하는지 이런 것 따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인터넷에도 (잘 찾아보지 않은 까닭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았고..


그냥 본능이 시키는 대로 했다. 트레이에 비닐 끼워서 프라이머 덜고..

롤러와 붓을 대충 슥슥 묻혀보았다. 느낌이 좋았다. 뭔가 될 것 같았던.


일단, 작은방 창문부터 시범삼아 해보기로..

그냥 칠하면 창문에 페인트가 묻을테니 마스킹 테잎을 붙여본다.

마스킹 테잎 역시 태어나서 처음 써본다. 어떻게 붙여야 잘 붙이는걸까..모르겠다.


그냥 일단 되는대로 창틀 사각에 붙여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건데, 창문에는 마스킹커버까지 했어야 했다.


아무튼, 그렇게 일단 한쪽 면을 시공하고, 처음으로 붓질을..

오..뭔가 발라지는 이 느낌..롤러로도 해보고 붓으로도 해보고

뭐가 더 좋은건지 모라서 그냥 일단 붓으로..어차피 프라이머질이니


남은 창문들도 다 떼어냈다. 이왕 하는거 다용도실 창과 거실 중창까지 전부..

근데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창틀을 하나하나 다 닦아야 했는데..너무 지저분했다.

작은방 창문 두 짝, 다용도실 창문 두 짝, 안방 창문 두 짝, 거실창문 두 짝..크기도 각양각색..

마스킹 테잎 작업도 오래걸렸고..총 8개 문의 앞뒤니까 16면에 작업해야 했다. 하..


그래도 대충 거실 창문까지 프라이머질을 했을 즈음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제 정신차리고 이리로 올 건가보다.


처음부터, 애초부터, 아내에게 뭘 시킬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근데, 창문을 칠하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 생각 없이 칠하면 될 줄 알았는데, 페인트 칠할 곳을 청소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혼자 페인트 바를 면을 닦고, 프라이머질 하려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내의 도움이 절실했던 순간.


오후 1시쯤 아내는 경기장 서편에서 내렸고, 거기에 맞춰 나도 외출..

LOL경기 준비로 분주한 경기장을 반바퀴 돌아 아내와 함께 홈플러스 푸드코트로 갔다.


사람들이 어지나 많던지..허...대충 떼우려 했는데 배가 고팠나보다.

중식 두 쟁반에 KFC까지 신나게 먹어치웠다.


다 먹고..잠시 홈프러스 도구 쪽에 가서 필요한 것을 몇 개 샀다.

다용도 물티슈? 도 사고..거기 가니 뭐 페인트 도구도 몇개 보였다. 

예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였다.


가구, 인테리어 제품들..


아무튼 다시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전에는 페인트 칠할 때 입을 츄리닝을 입었는데

오후가 되니 그것마저 귀찮아서 그냥 청바지 입고 작업.


오전에 대략 창문작업을 끝냈고..

오후부터는 문과 문틀, 몰딩, 거실받이가 남았다.


문과 문틀은 창문보다는 조금 더 수월했다.

마스킹 테잎을 붙일 일도 없었고 면적이 넓어서 슥슥 문지르면 되었다.

아내는..여기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힘이 달려서 페인트 질이 느리고 고르 발리질 않았다.


대신 아내는 아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먹고, 쉬고, 눕고, 까불고, 노래부르고, 가끔 페인트질과 마무리 작업 도와주고. 

이정도면 된거다.


아무튼..하면 할수록 요령도 생기고 노하우도 생겼다.

예를 들면,,어느 곳에 붓질을 해야하고 어느 곳에 롤러를 써야 하며

틈을 먼저 하고 넓은 면적을 해야 하고..페인트 양은 얼마나 조절애햐 하며 이런거?


아무튼..문틈과 문까지 프라이머 칠을 다 해버렸다.

워낙 오래된 것들이라..아무리 칠해도..까지고 벗겨지고 이가 나간 것 까지 감추긴 어려웠다.


남은 건 이제 몰딩과 거실받이. 

몰딩은 의외로 천장이 높지 않아서 롤러로 슥삭슥삭 하니 칠해졌고

거실받이 역시 넓은 붓으로 슥삭 칠하니 어렵지 않게 완료.


이 쯤 되니 대략 저녁 7시..

확실히 내가 손이 빠른지라 생각보다 작업을 일찍 마칠 수 있었다.


잠시 프라이머를 말릴 겸 아내와 저녁먹고 산책을 하기로.

아파트 단지 내 분식집에서 분식먹고..근처 한바퀴 돌고..다시 들어왔다.


이제 프라이머는 말릴만큼 말렸으니 

페인트 칠을 할 차례.


프라이머 칠할 때는 칠할 부분을 닦느라 시간이 걸렸는데

페인트 칠은 그냥 그 위에 덧칠하면 되어서 오히려 시간이 단축되었다.


슥삭슥삭..진행은 빠르게 되어가고 있는데

이거 뭐 도대체 제대로 칠하고 있는건지 뭔지 사실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래도 뭐, 이왕 이렇게 된거 못먹어도 GO.

프라이머 위에 페인트를 덧칠하니 뭔가 색이 좀 더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아무튼 대략 11시쯤 페인트 1회 칠 까지 마무리 했다. 


하고 나니 온 몸이 뻐근한게 다음날 아침 일어나면 볼만 할 듯 싶었다.

아내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들어왔다. 


내일 마무리 해버리자.